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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서촌풍류: 시즌 2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6-10-23 (금) 10:18 조회 : 3
서촌에서 향유하는 예술의 밤



짧게 스치는 콘텐츠가 눈앞에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잠시 멈춰 한 가지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이 귀해졌습니다. 한 점의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법, 한 곡의 음악에 담긴 예술가의 생을 듣는 법, 영화 속 짧은 망설임에서 인물의 마음을 읽는 법. 이 고요하고 차분한 감상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크레디아클래식클럽 STUDIO에서 열리는 예술 강연 시리즈 <서촌풍류> 시즌 2는 예술을 지식으로만 배우기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즐기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간송미술관, 한국민화학교, 을유문화사가 모여 우리 옛 미술과 민화, 현대의 음악·미술·영화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세 시리즈의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예술이 한 시대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합니다.



간송미술관의 ‘우리 옛 미술 이야기’는 옛 그림을 교과서 속 유물이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로 되돌립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과 김영욱 전시교육팀장이 조선 산수화와 도석화, 오원 장승업, 조선의 풍속화가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산수화 속 풍경은 실제 자연과 어떻게 다른지, 신선과 도인을 그린 도석화에는 어떤 바람이 담겼는지, 장승업은 왜 조선 말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남았는지를 작품과 함께 살펴봅니다.



이 강연에서는 그림의 아름다움만 설명하지 않고,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작품이 탄생한 시대와 그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합니다. 우리 문화재를 보존해 온 간송미술관의 ‘문화보국’ 정신과 발자취를 따라가며, 오래된 그림 한 점이 오늘까지 전해지는 과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민화학교의 ‘민화의 힘, 한류의 열풍’에서는 정병모 교장이 민화가 품은 자유롭고 대담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안내합니다. 왕의 권위와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 일월오봉도, 장수와 평안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십장생도를 비롯해 우리 민화와 이웃 나라의 민속 회화를 함께 살펴봅니다. 민화는 익숙한 사물과 동물을 과감하게 변형하며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위엄이 있어야 할 호랑이는 어딘가 익살스럽고, 실제로는 같은 계절에 피지 않는 꽃들도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그림 안에는 복과 장수, 사랑과 성공을 바랐던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전통 민화의 이미지가 현대 미술과 디자인, 대중문화로 확장되는 과정도 이번 강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은 완성된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과 선택을 들여다봅니다. 유윤종 클래식 칼럼니스트는 시즌 1에 이어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과 생애를 탐구하는 ‘말러 2부’를 진행합니다. 안동선 미술 전문 기자는 현대미술의 수집가이자 후원자였던 페기 구겐하임을 통해 현대미술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임세은 영화 평론가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에서 사랑과 선택, 대화와 망설임이 빚어내는 ‘로메르적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말러와 페기 구겐하임, 에릭 로메르가 활동한 분야와 시대는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예술이 한 개인의 재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시대와 관계, 욕망과 두려움 속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 뒤에 있던 인간의 삶을 함께 따라가는 것이 이 시리즈의 묘미입니다.



서로 다른 예술을 이어주는 것은 사람이 자신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마음일 것입니다. <서촌풍류>의 의미도 예술을 거대한 전시장이나 공연장 안에만 두지 않는 데 있습니다. 퇴근 뒤 서촌의 작은 공간에 모여 작품을 함께 보고 듣고, 강연자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습니다. 강연을 듣고 난 뒤에는 이전에 무심히 지나쳤던 그림이 다르게 보이고, 익숙한 음악과 영화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들릴지 모릅니다. 예술을 많이 아는 것보다 한 작품 앞에 잠시 오래 머무는 일. <서촌풍류> 시즌 2는 그 느린 감상의 시간을 서촌의 가을과 겨울 속에 마련합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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