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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은 활달하고 평범한 십 대 소녀 ‘이주인’의 일상과 그 뒤에 숨겨진 상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균열을 다룹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서명 운동을 홀로 거부한 주인공 주인은 의문의 쪽지들과 타인의 무성한 소문 그리고 사람들의 일방적인 동정과 비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비극적인 사건 자체를 자극적으로 재현하기보다 타인이 함부로 규정하려는 ‘낙인’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일상과 존재의 존엄성을 지켜내려는 한 인간의 단단한 몸부림에 집중합니다. 주인공 이름인 ‘주인’처럼,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세차장 장면은 이런 주인이의 몸부림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엄마에게는 왜 막아 주지 못했냐며, 왜 자신을 믿어 주지 못했냐면서 절규합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주인이가 엄마에게만 보여주는 지치고 실망한 날것의 모습이죠. 그 절규는 세상 사람 아무도 들어서는 안 되는 세차장의 차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들켜서는 안 되니까요.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일상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듯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 역시 자기 삶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버텨냅니다. 타인의 평가, 세상의 기준, 과거의 아픔이 나를 휘두르려 할 때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외치며 자신을 지켜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 힘으로 내 인생이라는 세계를 온전히 통제하려 할수록 돌아오는 것은 깊은 피로감과 고립감입니다. 세상의 풍파와 예상치 못한 고난 앞에서 인간은 결코 자기 삶의 완벽한 ‘주인’이 될 수 없는 한계와 약함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주인에게 영화는 이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혼자만의 몸부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같이 아픔을 붙들고 회복해가는 피해자 그룹이 있고, 어떻게 하든 그 아픈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도 품어 주려는 가족이 있습니다. 혼자만의 싸움 같지만 결국 우리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성과로 우리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고, 우리에게 번호표를 붙이려 듭니다. 그러나 성경이 증언하는 ‘세상의 참된 주인’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집어삼키거나 도구로 삼는 분이 아닙니다.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은 통제 불가능한 아픔 속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진짜 이름을 부르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거친 세상 속에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절대적인 사랑과 보호 아래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몸부림은 혼자만의 몸부림이 아닙니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고, 그것을 넘어서 당신을 지으신 분이자 참 ‘주인’ 되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셨다는 십자가의 이야기는 내 삶이 나의 것이라는 몸부림을 철저히 무력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무력함이 낙심과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고,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참 평안과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김선의 목사 (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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