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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6-08-27 (목) 14:42 조회 : 189
물의 정원을 걷다가



길은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 ‘나’와 ‘너’를 이어줍니다. 인간은 그렇게 길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곳과 이곳을 만납니다. 길은 단순히 공간 이동을 위한 통로만이 아닙니다. 길은 ‘나’와 ‘너’의 나눔과 문화를 공유하게 합니다.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그랬듯이 이 땅의 길을 걸으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동행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존재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요?



양평의 명소가 된 두물머리를 찾는 발걸음이 철을 따라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합강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정 구역이 나뉘는 것도 물길을 따라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따라서 동쪽으로 향하면 남양주와 양평의 경계선이 되는 물길 위에 놓인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앞에서 좌회전하여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45번 도로입니다. 45번 도로에 접어들어 운길산역을 지나자면 오른쪽에 ‘물의 정원’을 만나게 됩니다. 넉넉하게 준비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물의 정원’을 걸으면 북한강 물길이 만들어준 멋진 풍경과 함께 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높낮이가 없이 평지로만 되어있고, 강변에 형성된 자연습지를 그대로 이용해서 조성한 정원인지라 더 자연스럽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 다른 느낌, 다른 생명체들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움 때문에 찾는 사람으로 하여금 쉼과 여유로움까지 넉넉하게 나눠줍니다. 수변에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수초들이 물가에 잇닿아 있는 모습조차 생명을 가진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물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곳은 운길산이 받은 빗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계곡을 따라서 여기저기 형성된 마을 앞입니다. 팔당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더 깊은 골짜기까지 이어진 논과 밭이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높아진 수면만큼 넓어진 강폭과 함께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입니다.



‘물의 정원’의 수변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쉼을 얻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참으로 평화로운 곳입니다. 팔당댐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호반의 아름다움은 무심코 지나던 사람들조차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근처 마을에 있는 용진교회를 찾아보는 것은 쉼과 함께 커다란 역사적 교훈과 은혜까지 더하게 될 것입니다. 용진교회는 1907년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지만, 지역 사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 앞장섰으며, 아직 국가 차원의 공교육이 곳곳마다 미치지 못한 상황이었을 때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가르쳤습니다. 미약하지만 지역민들의 성원과 함께 중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터전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학교가 근처에 있는 연세중학교입니다.



용진교회 주변을 남양주군에서는 ‘용진3.1의거애국선열추념탑’과 기념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용진교회 예배당이 그 중심에 있고, 주변이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양주군에서 이곳에 이러한 기념물과 공원을 조성한 것은 용진교회가 3.1만세운동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시 만세운동 지도자들이 대부분 이 교회 신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물의 정원’과 함께 주변을 걷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쉼터가 있습니다. 다양한 곳이 있겠지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역시 카페입니다. 북한강변에 카페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얼마나 다양한 카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 글을 쓰면서 가지고 있는 선택의 기준은 이곳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커피에 진심인 주인장이 평생 커피를 연구하고, 커피와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나누고자 하여 만든 공간인 “왈츠와 닥터만”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멀지 않은 이곳에 자리한 “왈츠와 닥터만”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면 찾게 됩니다. 우선 제대로 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커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지나는 길에 무심코 들러서 잠시 쉬었다가 가는 곳이 아니라 큰마음을 먹고 계획해서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만큼 품위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고, 한 방울의 커피를 끝까지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는 맛과 예쁜 커피잔, 실내 분위기 그리고 창밖에 펼쳐진 북한강이 만들어주는 풍경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입니다.



게다가 품격이 있는 식사도 가능한 것이 이 카페가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따라서 의미 있는 날,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동행 할 수 있는 공간, 커피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는 하우스 콘서트가 열립니다. 콘서트는 매우 특별한 클래식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호흡까지 함께 느끼면서 현장감 있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악회가 끝난 다음에는 연주자들과 함께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파티까지 만들어줍니다. 기념하고 싶은 날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물의 정원’과 ‘왈츠와 닥터만’에서 추억을 만드시면 어떨지요. 다시 갈 날을 손꼽고 있습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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