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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여러분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조선시대에 만약 웨딩플래너가 있었다면 어떤 혼례를 만들었을까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청사초롱 불 밝혀라>가 올여름 관객들을 특별한 혼례의 하객으로 초대합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의 전통 혼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와 관객참여형 구성으로 호평 받은 작품으로, 배경은 조선 최고의 혼례 업체 ‘청사초롱’입니다. 청사초롱의 행수 윤덕은 타고난 미적 감각과 카리스마로 사람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혼례를 만들어주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청년 노들이 윤덕을 찾아와 일찍 남편을 잃고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의 혼례를 치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과부의 재가가 법으로 금지돼 있었습니다. 혼례를 공개적으로 진행했다가는 노들과 그의 어머니뿐 아니라 ‘청사초롱’ 전체가 위험해지는 상황입니다. 청사초롱의 수두매가 난색을 보이자 윤덕은 노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어머니가 정말로 혼례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오라는 것입니다. 한편, 청나라에서 온 유명 상인 로랑과 그의 통역사 지남도 청사초롱을 찾아옵니다. 로랑은 청사초롱을 인수해 세계적인 혼례 업체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히지만, 지남의 통역 과정에서 뜻밖의 오해가 생겨납니다. 지남이 청사초롱을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이, 어머니의 진심을 확인한 노들이 돌아오고 윤덕은 마침내 금지된 혼례를 받아들입니다. 청사초롱의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스럽고 성대한 혼례 준비에 나섭니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공연을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혼례식의 하객이 된다는 점입니다.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에게 말을 걸고, 관객은 함께 연등을 밝히고 혼례를 축복하며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극장 전체가 하나의 잔칫집으로 변하고, 무대와 객석을 나누던 경계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지난해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정말 혼례 잔치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하객이 되어 있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 주는 특별한 경험에 호평을 남겼습니다.
한국적인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온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궁중과 민속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색채를 현대적인 무대미술과 의상, 음악과 움직임과 연결해 재구성했습니다. 대아쟁과 태평소 같은 국악기에 색소폰과 키보드 등 서양 악기가 어우러지는 라이브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여기에 한국적인 색감을 살린 의상과 무대, 서울예술단 배우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더해지며 혼례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로 확장됩니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국립정동극장 세실의 낭독 공연을 거쳐 초연과 재연으로 발전한 작품으로, 한국 창작 공연의 인큐베이팅 사례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작품 속 혼례는 단순히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의식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금지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청사초롱의 사람들은 법과 관습을 넘어 그 마음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혼례라는 축제를 통해 한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밝혀줍니다. 제목 속 ‘청사초롱’은 혼례를 장식하는 등불인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사랑과 축복의 빛으로 다가옵니다. 관객이 밝힌 작은 불빛들이 모여 혼례의 밤을 환하게 비추는 순간, 무대 위 이야기는 각자의 삶으로 이어집니다. 사랑과 가족,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따뜻한 혼례 잔치가 올여름 국립정동극장에서 펼쳐집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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