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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소리들 : 우리의 소리 무언의 소리
국립극장이 ‘2026-202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하 26-27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8월 21일부터 2027년 6월 27일까지 311일간 신작 19편, 레퍼토리 12편, 상설 공연 14편, 해외 초청 2편, 국내 초청 4편, 상영 5편, 공동 주최 19편 등 총 75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공연을 펼쳐냅니다. 그 중, 가을에 방문하여 관람하기 좋은 공연 두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창극 <해녀탐정 홍설록>
셜록 홈즈의 추리극이 제주 바다와 만납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창극 <해녀탐정 홍설록>이 9월 18일과 1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소설 『셜록 홈즈』를 모티브로 삼아, 일제강점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제주 해녀들의 항쟁을 창극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탐정극의 형식을 빌려 관객이 인물들과 함께 단서를 좇게 하고, 그 과정에서 제주 해녀들이 마주했던 노동과 착취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해녀탐정 홍설록>은 9월 3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의 국내 초청작입니다. 이 축제는 창극을 중심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음악극을 소개하는 자리로, 태국의 전통 무용음악극과 중국 경극, 지역의 역사와 서사를 담은 국내 작품들이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해녀탐정 홍설록>은 그 가운데 제주 여성들의 역사와 한국적인 추리극의 재미를 결합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납니다.
바다에서 서로의 숨을 살피며 살아온 해녀들의 삶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저항하며 자신의 몫을 지켜낸 공동체의 역사입니다. <해녀탐정 홍설록>은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 속에, 오랫동안 충분히 들리지 않았던 제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냅니다.
관객 참여형 공연 <찰나의 찰나>
낯선 사람과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모래를 만집니다. 한 사람이 모래 위에 흔적을 남기면 다른 사람의 손길이 그 위에 새로운 형태를 더합니다. 잠시 모습을 드러낸 선과 모양은 서로 섞이고 변하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극단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찰나의 찰나>는 모래를 매개로 관객들이 비언어적인 소통을 경험하는 참여형 공연입니다. 10월 17일과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며, 2026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선정작으로 소개됩니다.
이 공연에는 정해진 대사나 관객이 따라야 할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상대가 남긴 흔적을 바라보고 기다리거나, 그 위에 새로운 움직임을 보태는 과정이 곧 공연이 됩니다. 관객은 완성된 장면을 객석에서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낯선 이와 함께 단 한 번의 순간을 만드는 참여자가 됩니다.
작품은 덴마크 예술가 헬레 호브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했으며, 모래의 성질을 통해 사람 사이의 만남 역시 고정된 결과보다 잠시 함께 머무는 과정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관객은 서로의 표정과 움직임을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며, 말보다 먼저 오가는 몸의 반응과 침묵을 경험합니다. 공연 시간은 60분이며 휴식 시간은 없습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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