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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4-14 (월) 12:11 조회 : 67
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길은 모든 걸 기억해.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쿵, 하고 넘어졌을 때를,

꿋꿋하게 일어났을 때를,

내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갔는지를,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심지어 계획하지 않았던 일까지도

다 알고 있어.”

- 어느 멋진 여행 Whereever You Go

(팻 지틀로, 위지덤 하우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헤드헌팅 회사의 CEO인 주인공은 유명한 스타 셰프의 이직을 진행 중이었는데, 그는 오랜 시간 그림자처럼 자신을 도왔던 수셰프(sous chef)의 동반 이직을 조건으로 내겁니다. 알고 보니 그의 손에 문제가 있었고, 수셰프가 그 비밀을 지키며 도왔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직할 호텔에서 단독 이직을 원하자 동반 이직을 약속했던 수셰프를 버리고 자신만 이직하게 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수셰프를 눈여겨보게 된 주인공이 수셰프의 이력을 살피던 중 의미 있는 한마디를 합니다.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숨겨져 있었던 거네.”



그 누구보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학력도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던 그녀는 항상 자신감보다 불안이 앞섰습니다. 동료들에게 비아냥과 무시를 받았던 트라우마로 인해 누군가의 뒤에 서 있으려고만 했습니다. 메인 셰프는 그런 그녀의 실력을 알아보고 오랜 시간 곁에 두었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가차 없이 그녀를 버린 것입니다.



책임져주겠다는 메인 쉐프의 약속을 믿고, 그의 비밀을 지켜주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보조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의 뒤에 선 그림자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던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단독 이직을 결정한 메인 쉐프에게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지나온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혼자가 된 스스로를 불안해하던 그때 반전이 일어납니다. 메인 셰프의 이직을 주선한 주인공이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맞는 새로운 직장을 소개한 것이죠.



“혼자는 자신이 없어요. 사람들이, 주방이 무서워요.” 다시 누군가의 뒤에 숨고자 하는 그녀에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력서에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담겨 있어요. 이력서는 거짓말을 안 해요. 그 몇 줄엔 그 사람이 투자한 시간과 결과가 담겨 있거든요. 혜인씨의 이력서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발로 뛰며 음식을 연구한 요리사의 시간이 담겨 있었어요. 길은 모든 걸 기억한대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요. 제가 제안하는 그곳에서는 충분히 혜인씨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걸어 온 길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한 사람 덕분에 말이죠.



이력서에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담겨 있고, 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문장이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운이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내가 걸어 온 길은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 하루의 삶은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걸어갈 내일의 길도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 모두가 내가 걸어 온 길을 알고, 그 의미를 쉽게, 금방 알아채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십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십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다 거두게 하십니다.



하나님만 아시는 것은 아닙니다. 수셰프가 걸어 온 길을 알아본 헤드헌팅 회사의 CEO처럼 내가 어떤 길을 우직하게 걸어왔는지를 알아봐 주는 좋은 친구들을 내 곁에 보내주십니다. 서로 응원하고 축복하며 함께 걷게 하십니다. 단 한 사람이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길은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수많은 눈물과 기쁨들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내 마음에 무엇이 있으며 내가 무엇을 향해 걷고 있는 사람인지. 때문에 모든 순간은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도 잘 걷는 우리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 샬롬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건우 목사 (좋은씨앗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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