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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의 목소리, 그녀를 깨우다
한 배우가 무대 위 다섯 인물을 연기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살롱 드 캬바레 – 뮤지컬 〈잔 다르크〉는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프랑스의 국민영웅 잔 다르크의 생애를 바탕으로, 단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1인극입니다. 프랑스의 캬바레 무대를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은 관객에게 보통의 전기극과는 또 다른 몰입을 선사합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결혼 동맹이 무너지며 시작된 백 년 전쟁, 끝없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시대. 어느 시골 마을에 살던 열일곱 소녀 잔 다르크는 어느 날 ‘프랑스를 구하고, 샤를 왕세자를 왕으로 추대하라’는 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샤를 왕세자를 찾아가 전장에 나선 그녀는 연이은 승리로 프랑스의 영웅이 되고, 샤를은 마침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잔다르크는 곧 이단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회부되고 모든 것을 걸고 싸운 그녀는 결국 화형대 위에 서게 됩니다. 권력과 종교 사이, 진실한 내면의 목소리에 응답한 한 소녀. 그녀의 선택은 어떤 운명을 가져올까요.
뮤지컬 〈잔 다르크〉는 전쟁의 중심에 선 한 개인이 정의와 신념을 좇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잔 다르크의 시점뿐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이들의 시선을 교차시켜, 인물과 사건을 다면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번 공연은 ‘트라이아웃’으로 색다른 시도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트라이아웃’은 본 공연으로 올리기 전에 실험적인 시도를 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많은 관객에게 오픈되어 기대를 모읍니다. 주인공은 프랑스 캬바레의 어느 ‘배우’. 이러한 설정 속에서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형식을 취하는데, 한 명의 배우가 잔 다르크뿐 아니라 그녀를 심문하는 코숑 주교, 왕세자 샤를 7세, 재판을 기록하는 만숑까지 1인 5역을 소화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인물 간의 갈등과 감정을 더욱 밀도 있게 느끼며, 무대 위 전환과 연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공연에는 세 명의 배우-랑연, 제이민, 장보람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랑연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해석으로 1인극이라는 구조 안에서 유연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제이민은 쇼케이스에 이어 본 공연에도 참여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감정 표현을 바탕으로 인물의 서사를 이끌고, 장보람은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1인극에 도전하며 각기 다른 결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구현합니다.
극본은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바울〉을 집필한 유혜정 작가가 맡아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렸고, 작곡은 주영민 작곡가가 맡아 묵직한 정서를 음악으로 풀어냈습니다. 감각적인 각색으로 주목 받아 온 황정은 작가와 몰입도 높은 연출을 선보여 온 이대웅 연출가가 참여해, 실험적인 형식과 탄탄한 드라마를 균형 있게 그려냅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과 역사적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7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신념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외롭고도 치열했던 그녀, 잔 다르크의 목소리로 무대 위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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