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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跳躍)의 시간
신약은 네 개의 복음서로 시작합니다. 이 책들은 예수님의 생애와 교훈을 공통적으로 다룹니다. 요한복음을 제외한 마태, 마가, 누가는 책의 독자가 될 대상에 따라 얼마간 달라지는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많은 유사성 때문에 공관복음(共觀福音, Synoptic Gospels)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복음서라는 장르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제4복음서(the Fourth Gospel)’라는 별칭을 가집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몇 가지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공관복음에 있는 내용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비유들, 변화산 사건, 성만찬 제정에 관한 말씀과 같은 공관복음이 공유하는 공통의 기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관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하나님 나라’의 주제가 생략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에만 있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1장에서 5장의 기록들 대부분이 독창적인 내용들일 뿐 아니라, 예수님의 잦은 예루살렘 방문이나 친구 나사로의 사건, 예수님과 하나님을 동일하게 언급한다든지, ‘나는 …이다’라는 내용은 공관복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공관복음과 공유하는 대화와 설교들도 요한복음에서는 그 의미가 더 넓고 깊게 확장됩니다. 선포하신 내용 자체, 행하신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본질적 의미를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요한복음이 공관복음보다 조금 늦게 쓰였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복음만의 특별함은 시적인 언어와 사실의 나열로만 구성할 수 없는 깊은 통찰입니다. 요한은 제4복음서를 통해서 공관복음의 사실적이며 평면적인 이야기들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면서 진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첫 부분부터 요한복음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주가 존재하기 전에 말씀되시는 그리스도가 계셨다. 그분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며 바로 그분이 하나님이셨다(요한복음 1장 1절).” 요한복음의 시작은 우주의 존재 이전이라는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우리의 생각을 넓혀놓고, 예수님의 진실, 그분이 곧 하나님이셨다는 담대한 문장을 선포합니다. 사실의 이면을 묘사하는 이렇듯 담대한 시적 언어들은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이 알던 예수라는 현실에 대하여, 혹은 기독교에 대하여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질문이 많은 유대인이나 이제 막 개종한 유대인들에게 상당히 의미 있게 읽혔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무척 사랑하셔서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마저 보내 주셨으니 누구든지 그를 믿기만 하면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복음 3장 16절).”
남다른 통찰과 시적 언어라는 특징이 글을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비신자들도 외울 법한 말씀이 이 책에 적혀 있기도 합니다. 복음의 진실, 복음의 진수인 이 말씀(요한복음 3장 16절)은 너무나 쉽고 친절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이 문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는 ‘신약의 계시록’이라고 말할 만큼 어려움을 느끼는 책이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이해할 만큼 쉽지만, 어떤 수준의 생각도 담아낼 만한 깊이를 가진 요한복음의 세계로 다시 한번 도약해 볼 시간입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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