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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7-11 (금) 09:48 조회 : 308
<로드(Road)에서 로드(Lord)>

하늘재를 넘다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그중에서도 수안보(충주)와 문경, 영주를 나누어 주는 소백산맥이 서쪽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대미산과 조령산이 있고, 그 사이에 문경의 주산인 주흘산이 있습니다. 주흘산 동쪽으로는 하늘재, 서쪽으로는 조령(새재)이 있습니다. 이 고갯길은 영남으로 가는 옛길입니다. 그리고 그 북쪽에 형성된 계곡이 송계계곡입니다. 아마 조령을 넘었던 사람들은 물길이 다르기 때문에 이곳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하늘재를 넘었던 사람들은 대미산 여우재를 넘고 다시 하늘재를 이용했을 터이니 송계계곡에서 쉼을 얻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굳이 험한 산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주변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하면 터널로 불과 몇 분 만에 남과 북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짐을 지고 하늘재를 넘어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현대인들의 약해진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이 고개는 숨이 막힐 만큼 높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재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하늘재를 넘어 다시 여우고개를 넘어야 영주, 안동, 대구로 이어지는 지름이 됩니다. 소백산맥의 준령을 이루고 있는 대미산, 주흘산, 조령산, 그 북쪽에는 월악산이 있습니다.



산새가 높은 만큼 이곳에는 깊은 계곡과 물이 좋습니다. 또한 심마니들이 많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반복되었을 때에는 많은 천주교도들이 이 산들 깊숙한 곳에 숨어들어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의 신앙을 지키며 살아남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제 말기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진을 채취해서 공출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을 동원해서 송진을 채취하기 위한 생채기를 소나무에 V자 형태로 만들어 놓고 매일 송진을 거뒀습니다. 그때 입은 상처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소나무들이 조령에는 그대로입니다.



그런가 하면 개항 이후 찾아온 선교사들이 남한강 뱃길을 이용해서 충주까지 도착한 다음 더 이상 물길로는 갈 수 없어 내려야 했던 곳이 충주의 목계나루입니다. 그곳에 교회를 제일 먼저 세웠습니다. 그것은 충주 지역 최초의 교회가 됩니다. 하지만 경상북도 안동과 문경, 그리고 충청북도 청주에 복음을 전했던 북장로교회 선교사들, 충주에 복음을 전했던 북감리교회 선교사들 모두 영남지방으로 가야 할 때는 조령, 아니면 하늘재, 그도 아니면 더 동쪽으로 단양의 죽령을 넘어야 했습니다. 죽령으로 가는 사람들은 박달재를 넘어서 제천을 지나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조금 더 깊은 경상북도 내륙과 동해안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입니다.



선인들이 걸었던 길들을 따라가다 보면 단지 두발로 걸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에 닿게 됩니다. 일상이지만 수도하는 마음으로 넘어야 했던 사람들은 그만큼 땀을 흘려야만 넘을 수 있는 고갯길들입니다. 그래도 계곡이 깊고 물이 좋으니, 어디든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갈증을 해소시키고, 쉼을 얻을 수 있기에 가는 길은 힘들지만 여유롭지 않았을까요.



하늘재를 넘어 송계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쪽을 향해 열려있는 계곡이 그 길을 안내합니다. 아주 드문드문 산자락에 터를 잡고 밭을 일구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이 있습니다. 길 따라 물 따라가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눈에 띕니다. <램프의 향기>라고 하는 카페입니다. 요즘 이 계곡에도 커피 열풍과 함께 몇 개의 카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램프의 향기>는 이곳 토박이 부부가 운영하는 복합 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식사도 되고, 민박도 그리고 안주인의 솜씨가 만들어 놓은 생활 소품이나 편의복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쉼’입니다. 첫 번째 건물은 소품들이 데코레이션 역할을 하고 있는 분위기가 오히려 좋게 느껴지는 공간인데, 그곳이 두 번째 공간 카페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인장이 고향에 들어와서 20년도 넘게 길손을 맞을 수 있는 준비를 한 곳이라서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어디를 가든지 적당히 걷다가 쉴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커피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곳, 어느 산을 오르든 상관없이 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만나게 되는 <램프의 향기>, 이곳에 찾아들면 만날 수 있는 커피 향과 카페 뒤란으로 흐르는 계곡물, 그리고 계곡 쪽으로 열려 있는 공간에는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실내는 조금은 이국적인 분위기, 그러면서도 뭔가 엉성한 듯 보이는 공간, 모두 주인장이 직접 디자인하고 지은 의도된 독특한 건축양식이라고 합니다. 주인장의 특별한 솜씨라고 생각하면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주인장 부부의 음식과 커피에 진심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외진 계곡에 있는 카페인지라 급하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커피 향과 함께 주인장의 고향 이야기와 카페를 통해서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이야기까지, 사람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공간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넘치게 됩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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