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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우스피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0-07-06 (월) 11:36 조회 : 1212
타인의 삶, 나의 이야기



같은 도시에 살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데클란과 리비.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환경적 제약으로 이를 펼칠 수 없는 청년 데클란은 자신만의 공간인 솔즈베리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리비를 구합니다. 슬럼프에 빠져있던 중년의 극작가 리비는 데클란에게서 천재적인 재능과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리비는 지금껏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데클란은 그런 리비에게 아무한테도 꺼내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간 연극 <마우스피스>는 어느 순간 다른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가 있잖아.”
“아니요. 어떤 사람들한텐 그냥 삶, 그것 말곤 없는 데요….”

누군가의 삶을 소재로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 
이 세상의 많은 작품이 취해온 방식입니다. 세상에 삶만큼 극적인 이야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때로 이런 방식은 문제를 낳습니다. 타인의 삶을 작품화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마우스피스>는 두 인물의 만남을 그리는 이 연극의 제목이자, 이들이 작품 안에서 쓰게 되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즉 이 공연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것을 소재로 쓴 작품이 관객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메타씨어터’ 형식입니다. 관객은 극작가 리비가 쓰고 있는 작품을 보는 동시에, 작품의 소재인 데클란의 삶과 선택을 무대 위에서 동시적으로 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연극 <마우스피스>는 계층 간 문화 격차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합

니다. 또한, 어떤 이야기가 이야기화(化)되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다룰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되묻기도 합니다. 나아가 관객이 연극을 ‘본다’라는 것은 무엇인지, 예술 작품의 진정성은 누가 정하는지, 그리고 문화를 향유함에 있어 계층 간 격차가 큰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책임을 갖는지, 무게감 있는 질문을 쏟아놓습니다. 공연, 방송,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코틀랜드 작가 ‘키이란 헐리(Kieran Hurley)’의 최신작으로, 2018년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는 이번 프로덕션은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등을 통해 시대의 소수자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조망해 온 부새롬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읍니다. 한때는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극작가 ‘리비’ 역에는 드라마 <인간수업>, 영화 <살아남은 아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 다양한 장르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우 김여진이, 연극 <비평가>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김신록이 더블 캐스팅되어 서로 다른 개성의 리비를 연기합니다.

또한,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예
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데클란’ 역에는 연극<킬롤로지>, <프라이드> 등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선보여 온 장률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B클래스>,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이휘종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마우스피스(mouthpiece)는 중의적 의미가 있는 용어로, 악기나 전화기 송신부에서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기도, ‘대변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쏟아놓을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 기대를 모읍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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