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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다시 박완서인가
“왜 지금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을 읽어야 할까.”
누군가 질문한다면,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나 흐른 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인하게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라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완서의 작품은 과거를 향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향해 던지는 물음표로 기능해왔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단편 소설선 『쥬디 할머니-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은 그 대답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박완서는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한 이후 장편과 단편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가장 깊은 층위를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전쟁과 분단, 가난과 계급, 가족과 여성, 노년과 상실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본질을 담아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단편 소설은 박완서 문학의 정수가 가장 응축된 형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쥬디 할머니』는 이러한 성취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책입니다. 한국 대표 소설가 31인에게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문학동네, 2013, 전7권)’에 수록된 97편의 단편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추천받았고, 그 결과 최종 10편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한 작가의 명작을 다시 모은 작업이자 동시대 소설가들의 시선을 통해 박완서 단편의 현재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추천에 참여한 소설가들은 박완서 소설이 지닌 힘을 각자의 언어로 증언합니다. 『파과』와 『절창』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구병모 작가는 박완서의 소설을 두고 ‘한 시절의 풍경과 지나간 심리를 돌아보는 시선의 날카로움 그리고 세밀함’이라고 평했고, 강화길 작가는 박완서 소설 속 인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박완서의 인간은 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기억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개인의 선택과 태도가 결국 시대를 견디는 힘이 된다는 이 말속에는 박완서 문학이 지닌 팽팽한 윤리적 긴장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중혁 작가는 문장의 힘에 주목합니다. “단 하나의 단어도 낭비하지 않는 문장으로 이렇게 마음을 부풀게 만드는 건 신비로운 일이다.” 박완서의 문장은 감정을 과잉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절제된 문장 안에 담긴 감정의 밀도는 그의 단편을 다시 읽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지금도 널리 읽히는 『도둑맞은 가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과 같은 대표작과 함께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등 의외의 작품들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가난과 계급성, 가족의 이면, 여성과 노년의 문제를 다룬 이 단편들은 허를 찌르는 반전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다룹니다. 특히 인물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 속에서 미세하게 생기는 균열을 마주하며 갈등에 이릅니다. 슈퍼마켓을 헤매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잊어버리는 노년의 여성, 시대의 행운을 의심 없이 받아 들여온 인물의 분노, 끝내 ‘할머니’라는 중성적 호칭에 갇히지 않는 강렬한 여자들의 모습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작가들은 박완서 단편이 도달한 인간의 깊은 지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쥬디 할머니』는 과거의 한 작가를 기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문학적 거울이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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