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많은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이야기 합니다. 바로 뮤지컬 <레베카>입니다. 지난해 초연에서 ‘제 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연출상, 무대상, 조명상, 음향상과 ‘댄버스 부인’으로 열연했던 옥주현의 여우조연상까지 총 5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그 이름도 생소한 이 스릴러 뮤지컬이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레베카] 맨덜리 대 저택.jpg](http://iwafl.com/data/cheditor4/1701/069abd9d3a93ac823ee09db312cbddc4_20170118163540_dlpideek.jpg)
뮤지컬<레베카>는 1938년에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무덤이다. 우리의 공포와 고통이 그 폐허 속에 묻혀 있다. 부활은 없다.” “댄버스 부인 말대로 레베카는 아직도 이 집 안에 있다. 서쪽의 침실에, 도서실에, 거실에, 홀 위쪽 발코니에…레베카는 아직도 맨덜리의 안주인이다. 레베카는 여전히 드 윈터 부인이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아니다.”
주인공인 ‘나’는 몬테카를로에서 신사적이고 매력적인 영국의 귀족 막심 드 윈터를 만나고, 막심은 ‘나’의 가식 없는 순수한 모습에 반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어진 막심의 청혼. 두 사람은 달콤한 신혼 여행을 끝내고, 맨덜리의 대저택으로 도착했지만 ‘나’는 저택에서 풍기는 엄숙한 기운과 음산한 가정부 댄버스 부인의 존재에 압도당하고,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막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흔적을 알아차립니다.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과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 맨덜리 저택을 떠도는 무거운 비밀과 사랑, 음모 속에서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은 이 이야기로 동명 영화를 만들기도 했는데, 책과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으로 잘 알려진 콤비,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손을 거쳐 뮤지컬로 완성되었습니다. 원작자들은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다. 세계적인 실력을 지닌 한국 제작진의 노력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는데, 지난 초연에서 영국 맨덜리 저택을 그대로 옮긴 듯한 대규모 무대에 미스터리한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영상과 조명이 특히 인상깊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특히 2막 마지막에 맨덜리 대저택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작품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힙니다.
순수하고 밝은 ‘나’는 임혜영, 오소연이 캐스팅되었고, 아픔을 가진 남자 막심은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이 연기합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강렬한 집착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댄버스 부인 역에는 초연에 이어 옥주현, 신영숙 배우가 연기하고, 리사가 합류했습니다. 이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무대 위에서 영화 이상의 서스펜스를 느끼게 합니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가장 큰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는 요소는 무엇보다 ‘나’와 댄버스 부인이 대립하는 장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사랑 때문에 맨덜리 저택의 새 안주인이 된 ‘나’를 향한 댄버스 부인의 음모는 관객들에게 소름 끼치는 두려움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사랑받았던 진짜 이유는 우리 내면 안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불안감을 끊임없이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레베카>에서 ‘레베카’역은 누가 맡았나?”는 질문이 당연히 제일 먼저 나올 수 있지만, 독특하게도 이 작품에서 레베카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감’ 그 자체로 실체 없이 작품 속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떨쳐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끊임없이 실체없는 불안의 그늘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사람은 얼마나 나약해지고 악해질 수 있는가를 이 작품 안에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어두움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과거로부터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투쟁에는 ‘포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INFO
일시 : 2014년 9월6일(토) ~ 11월9일(주일) 화, 목, 금 8시 / 수 3시, 8시 / 토요일 3시, 7시 / 주일 및 공휴일 2시, 6시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연출 : 로버트 요한슨 러닝타임 : 총2시간 45분 티켓 :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관람등급 : 만7세 이상 관람가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문의 :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3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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