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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Road)에서 로드(Lord)>
호반오백리길
1980년 12월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조성된 호반, 그것을 대청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호수의 크기로는 소양호, 충주호 다음으로 세 번째입니다. 그곳에 걷기 열풍과 함께 조성된 호반길의 총길이가 220km나 됩니다. 하여 그 길을 ‘대청호반 오백리길’이라고 합니다. 오백 리가 넘는 곳에 조성된 코스는 27개 구간입니다. 적당한 높낮이와 호반을 끼고 걷는 길은 눈과 마음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호수 위에 비친 건너편 산과 함께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은 감탄을 연발하게 합니다.
도심에서 경험하는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시간에 매이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 심신의 치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길을 따라서 걷노라면 인간이 자연의 품에 살고 있으면서도 자연을 지배하고 있는 자로 자신을 확인하려고 하고 있다는 어리석은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길 위에 있노라면 그 품에 자신이 안겨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되는 만큼,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 천천히 걸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쫓기듯 걸어야 하는 환경이었다면, 이 길은 맞아 주는 생명들과 하나씩 눈 맞춤을 하면서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해도 괜찮습니다.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생명체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철따라 다른 색, 다른 모습으로 맞아주는 ‘호반오백리길’은 언제 찾아도 추억과 기쁨을 더해줍니다.
그 길을 걷노라면 호반이 만들어지면서 이주해서 새롭게 터를 잡았거나, 본디부터 심심산골에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형성하고 있는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호반이 조성된 다음 산등성에 길을 만들어 오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도시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학교가 있을 만한 마을이나 넓은 곳이 없습니다. 겨우 산자락에 옹색하게 집을 짓고 산비탈을 일구거나 산에 기대어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들을 마련해서 살았던 사람들을 지금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라 이야깃거리도 많습니다.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들입니다. 옹색한 살림이지만 일한 만큼 얻어지는 것으로 만족하고, 주어진 환경에 대한 고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6구간을 찾았습니다. 조금은 난도가 높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도가 높은 대신 호반과 산 그리고 주변의 식물들, 함께 깃들어 옹기종기 살고 있는 마을들이 만들어 주는 아주 특별한 경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을 걷노라면 걷는 사람이 그림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결코 그냥 걷는 사람, 조망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그림 속에 주인공이 되어서 찾아드는 사람입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걷느냐에 따라서 그림이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길은 이른 봄날이나 가을 단풍이 물들이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6구간에서 조금 옆길로 찾아들면 쉼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저수지만 있어도 어김없이 카페가 있는 정경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호반오백리길에도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경치가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곳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카페 더 레이크> 그곳은 주변에 조성된 수생식물학습원과 함께 찾아가면 좋은 곳입니다. 수생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찾는다고 하면 봄이 더 좋을 듯합니다. 주변에 조성된 다양한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이 봄날이며, 호반의 정원과 어울려서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단풍과 설경이 함께 만들어주는 경치가 특별한 곳입니다.
호반오백리길 6구간에 자리하고 있는 수생식물학습원 내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카페 더 레이크>는 일반 카페와 같이 전문적인 메뉴와 서빙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는 곳이 아닙니다. 메뉴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한 메뉴와 나이가 드신 분들의 구수한 어투로 방문객들을 맞아줍니다. 그렇지만 나름의 진심으로 방문객들을 대하면서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빼어난 주변 환경 때문에 커피나 음료수 한 잔 들고 바로 앞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 준비된 테이블에 앉노라면 호반이 캔버스가 되어줍니다.
넓은 호수와 이어지는 높은 산이 수면에서 하나가 됩니다. 앉아 있는 테이블이 캔버스의 중심에 있으니 앉아 있는 사람이 그림의 중심에 있게 됩니다. ‘천상의 쉼터’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마도 찾는 이들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이곳에 이르는 길목 끝에 자리하고 있는 방아실 마을은 호반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외진 마을이 되고 말았지만, 댐 조성 이전까지는 수로를 통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깊은 계곡에 형성된 자연 마을이었습니다. 강에서 고기를 잡고, 주변에 조성한 논이나 밭에서 곡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전에서부터 육로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대신 더 이상 갈 수 없는 끝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 대가로 천상의 정원을 선물로 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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