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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살롱>
여러분의 마음속 부재중 통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 질문 카드로 두 명의 지인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뽑은 질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은?”이었습니다.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저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순간”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제가 꽤 정적인 사람으로 보였나 봐요. 스포츠라는 역동적인 테마가 제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던 거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그들에게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저는 10년째 버킷리스트 1번이 똑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대답할 틈도 없이 제가 바로 답을 드렸습니다. “마이클 조던을 만나는 거예요.” 다행히 함께 있던 지인들의 표정은 “저런 철없는 남자 같으니라구!”가 아니었고, ‘오! 마이클 조던을 만나는 게 버킷리스트 1번?’ 신기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는 10년째 버킷리스트 1번이 ‘마이클 조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 마음을 한번 분석해보자면, ‘스포츠를 향한 저의 열망’, ‘저의 어릴 적 스포츠 판타지를 형성해 준 스포츠 영웅으로서 마이클 조던의 위상’, ‘이루기 어려운 열망이라 오히려 던지기 쉬운 고백’, 아마도 이 세 가지 마음의 결합물일 겁니다. 그렇게 마이클 조던은 ‘제가 만나고 싶은 1순위’ 선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 말을 듣던 지인 중 한 명이 그러더군요. “그럼, 마이클 조던 집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않아요?” 흠, 그것도 가능성이 있는 대안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좀 모양새가 그렇잖아요. 40대 중년 가장이 스포츠 스타 만나고 싶다고 기약도 없이 저택 앞에서 기다리는 건…
저는 10년째 버킷리스트 1번에 “마이클 조던을 만나는 것”이라고 적어왔지만 그렇다고 그를 만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한 번도 세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끔 미디어에 노출되는 ‘마이클 조던의(현역 때와는 다른 느낌의 기름진 사장님 같은) 모습’을 보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즉 이루고 싶고 이루기 위한 꿈이 아니라 꿈으로 간직하고 싶은 꿈이라는 것이죠.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두고, 계속 꿈을 꾸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는 겁니다.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좀 독특한 책입니다. 제목은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입니다. 전시장 한쪽에 공중전화 부스를 3년간 놓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남긴 ‘부재중 통화’입니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 그러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남기는 메시지인 것이죠. 그곳에 담겼던 수많은 메시지를 엮어서 만든 책이 바로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입니다. 몇몇 메시지를 소개해볼게요.
“내가 맨날 아빠한테 성질부리는데 그거 아빠가 미워서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 아빠가 밉기도 한데 그 정도는 좋아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나 미워하지마. 진짜 사랑해.”
“그때 살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좀 더 훌륭한 의사가 될게요.”
“엄마 나 사실 퇴사했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찾고 있는데 엄마한테 미안해서 말 못 하고 있어. 나중에 내가 더 좋은 자리 찾으면 당당하게 엄마한테 말할게. 엄마 미안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할 겁니다. 닿지도 않을 메시지를 저렇게 시간 내어 공중전화부스에서 고백한다는 게 말이죠. 그러나 ‘닿지 않을 메시지인 걸’ 알기 때문에 정말 솔직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수신인이 존재하지 않는 발신 메시지는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버킷리스트 1번에 적는 저의 마음 역시 ‘수신되지 않은 걸 알면서도 발신에 집중하는 저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수신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발신할 수 있는 거겠죠.
이 글을 쓰는 지금, 바깥은 아스팔트 열기로 타오르는 중입니다. 우리는 여름을 향해 닿을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지죠. “너무 덥다구!” 가닿지 못하는 이 메시지에 대한 응답은 가을의 등장일 것입니다. 고로, 우리 마음속 가닿지 못하는 메시지의 진정한 성취는 ‘흘러가는 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마음속 부재중 통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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