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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리마 파시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9-18 (목) 13:37 조회 : 337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극장가는 유난히 1인극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1인극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단 한 명의 배우가 모든 인물과 상황을 이끌며 깊은 몰입감과 감정을 선사하는 순간, 관객이 배우의 숨결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이야기의 본질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일 것입니다.



전 세계 극장가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가 드디어 국내 초연 무대로 찾아옵니다. 이 작품은 압도적인 몰입감 속에서 단 한 명의 여배우가 110분간 관객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연극의 힘을 새삼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Suzie Miller)’가 쓴 이 작품은 2019년 호주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세계적인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승소를 게임처럼 즐기며 살아온 야심만만한 변호사 ‘테사’. 그녀는 어느 날 변호인이 아닌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증언대에 서게 됩니다. 법 제도와 외롭게 싸우는 782일의 치열한 여정을 통해, 작품은 성폭력 재판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입증 책임과 법의 구조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테사의 여정과 함께하는 모든 관객들은 ‘진실이 증명되지 못하는 현실’을 함께 체험하며,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듣고,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지 한 여성의 고통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피해자의 증언은 왜 법적 진실로 간주되기 어려운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법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관객에게 법의 정당성과 사회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자 일종의 강렬한 체험인 셈입니다.



이번 한국 초연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와이프> 등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인정받은 신유청 연출가의 치밀한 연출로 서사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어냅니다. 특히 1인극 형식을 십분 활용해 무대 위에서 배우와 관객의 몰입을 극한으로 이끌어 냅니다. 배우의 대사를 통해 모든 상황을 증언하고 재현하며 감정선이 극에 달할 때, 관객은 그녀의 법정의 방청자이자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진실과 제도의 간극을 생생히 체험하게 됩니다.



1인 주인공 ‘테사’ 역에는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증명해 온 관록의 여배우들이기에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습니다. 판소리 창작자이자 배우로 활동해 온 이자람은 탄탄한 표현력으로, 연극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김신록은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뮤지컬 무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 차지연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프리마 파시(Prima Facie)’는 ‘일견(一見):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진실’을 뜻하는 라틴어 법률 용어입니다. 법정에서 통용되는 ‘진실’이란 무엇인지, 피해자의 말은 왜 법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묻는 이 작품은, 단지 한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법의 정당성과 사회 구조의 모순을 통렬히 드러냅니다. 지금,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선언이자 응원이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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