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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딱 한 가지 다른 점
8년째 이어오는 <북쌔즈 독서클럽>에서 베스트셀러 제조기 이병준 박사의 신간 『부부백신』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한동안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의 남편이 바로 내 남편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어쩌면 우리는 결혼 생활 내내 이 사실을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늘 현실보다 가능성을 사랑합니다. 배우자의 현재 모습보다 언젠가 달라질 모습에 기대를 걸고, 지금의 부족함보다 앞으로 채워질 빈자리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저자는 냉정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합니다. 행복은 미래의 변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된다고.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부 갈등은 “왜 당신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느냐”는 실망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도 끊임없이 상대를 바꾸려 합니다. 조금 더 다정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책임감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 더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변하기를 강요합니다. 하지만 『부부백신』에서 저자는 바꾸려 하면 불행의 씨앗을 심는 거라 역설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딱 한 가지 다른 점은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느냐 아니면 바꾸려고 안달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는 의외로 단순하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배우자를 변화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는 부부는 점점 지치고, 배우자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부부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변화(Change)를 목표로 하던 부부치료에서 수용(Acceptance) 지향의 부부치료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은 부부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진실처럼 들립니다. 결국 사랑은 상대를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품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비유는 수도원과 교도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곳 모두 자유가 제한된 공간이지만 한 곳에는 평안이 있고, 다른 한 곳에는 절망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단 하나, 자발성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은 희생조차 의미가 되지만, 억지로 끌려온 길은 축복도 짐이 됩니다.
가정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은 나를 묶어 두는 사슬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울타리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양보하고 참고 기다리는 일이 때로는 고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 가정은 감옥이 아니라 안식처가 됩니다. 행복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기꺼이 머물기로 선택할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결혼을 악기에 비유한 대목입니다. 결혼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한 악기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어떤 악기는 화려한 소리를 내고, 어떤 악기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러도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이해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집니다.
배우자도 그렇습니다. 결혼은 상대를 소유하는 순간이 아니라 평생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배우자의 슬픔과 기쁨, 침묵과 화법, 상처와 꿈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 가는 긴 여정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이 땅의 모든 배우자는 배우자(配偶者)이면서 동시에 배우는 자(學習者)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결혼 생활은 졸업이 없는 학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평생 배우자를 배우며 살아갑니다.
『부부백신』은 특별한 비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결혼 생활의 그릇된 통념을 깨뜨려 주는 책입니다. 행복한 결혼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떠날 이유보다 머물 이유를 찾고, 바꾸려 하기보다 수용하려하며, 내가 선택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배우고 기꺼이 책임질 때 비로소 부부는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다짐하게 됩니다. 배우자를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평생 배워 가야할 아름다운 악기로 바라보자고. 그리고 오늘도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사랑의 선율에 귀 기울여 보자고. 그때 비로소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축복이 되고, 가정은 비바람 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쉼터가 될 것입니다.
엄정희 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북쌔즈 가족상담소 소장, 유튜브방송,<Dr.Duck 결혼에비학교> 진행, 도서출판 북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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