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으로 듣는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꿈
뮤지컬을 소재로 하는 개그 코너가 있었을 정도로, 뮤지컬은 그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과장된 대사 톤과 일상적인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갑작스러운 노래, 한 곡 안에서 빛의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금방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말하다가 갑자기 노래하고, 노래하다 갑자기 춤을 추는 행동은 아무래도 비일상적인 일이니 충분히 개그의 소재가 될 만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뮤지컬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 혹은 ‘이것은 뮤지컬적이다’ 하는 공통된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러한 뮤지컬 장르적 특성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이 우리나라에 찾아왔습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지난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정식 오픈하며 뮤지컬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뮤지컬 장르에서 생소하던 랩, 힙합과 에너지 넘치는 스트릿 댄스로 무장한 이 작품은 그 해 제62회 토니상(Tony Awards)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우수 작품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오케스트라상 등 총 4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해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극작, 작곡, 작사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던 팔방미인 아티스트 ‘린 마뉴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가 학창시절부터 써 온 작품입니다. 독특한 소재와 배경, 뮤지컬 무대에서는 다소 생소한 음악 및 안무 등을 시도하며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 공연 때부터 호평을 받으며 보수적인 마인드의 공연 매니아에게까지 사랑받아 왔습니다.
배경은 뉴욕의 라틴할렘이라 불리는 맨해튼 북서부의 워싱턴 하이츠. 이곳은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거리로, 여러 인물들의 삶이 얽혀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작은 식료품 가게에는 언젠가 고향에 돌아갈 것을 꿈꾸는 희망찬 청년 우스나비가 있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미용사 바네사는 그의 소꿉친구로 늘 하이츠 밖의 세상을 동경하는 소녀입니다.
한편,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니다가 금전적인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 니나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운수회사에 근무하는 청년 베니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딸의 학업 포기에 크게 낙심한 니나의 부모는 평생을 걸쳐 이룬 사업체를 매도할 결심을 하는 한편, 니나와 베니의 관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습니다. 그러던 중 우스나비의 할머니인 클라우디아가 약 1억원의 복권에 당첨되면서 모두들 기뻐하며 들뜨지만 정작 그녀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던 우스나비, 스탠포드를 떠나온 니나와 다른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이민자들의 애환과 삶, 그리고 꿈이 담긴 하이츠. 이들은 이 거리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랩과 화려한 스트릿 댄스로 진행되는 이 공연에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스크린과 음악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배우 겸 힙합 가수 양동근이 배우로 참여해 화제를 모읍니다. 같은 우스나비 역으로는 2011년 DJ DOC의 노래로 만들어졌던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서 화려한 댄스 실력과 랩을 선보인 바 있는 배우 정원영과, 샤이니의 키(Key), 인피니트의 장동우 등 실력있는 아이돌이 참여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니나와 사랑에 빠지는 베니 역에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서경수와 인피니트의 김성규, 엑소의 첸이 캐스팅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미용사 바네사 역에 오소연과 제이민, 니나 역에는 베테랑인 김보경 배우와 ‘에프엑스’의 루나가 참여해,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과 핫한 아이돌들의 콜라보레이션이 기대됩니다. 랩이 많이 쓰이는 작품이므로 레이블 ‘뜨레스 레코드’의 프로듀서 나무가 랩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해외에서 ‘신선하다, 세련되다’는 평이 많은 만큼, 새로운 장르적 시도가 ‘뮤지컬’ 장르의 고정적인 편견들을 깨어버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읍니다. 어쩌면 뮤지컬이 가진 무거움이나 약간의 과장을 불편해하는 관객들에게는 편안하고, 재미있고, 가벼우면서도 에너지를 가진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INFO
일시 : 2015년 9월 4일(금) - 11월 22일(주일) 화-금 오후 8시 /
토, 일, 공휴일 오후 2시, 6시 30분 (월요일 쉼)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티켓 : VIP석 13만원 / R석 10만원 / S석 7만원
연령 : 만 7세 이상
원작 : 린 마뉴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
연출 : 이지나
출연 : 양동근, 정원영, 장동우(인피니트), 키(샤이니), 서경수, 김성규(인피니트),
첸(엑소), 오소연, 제이민, 김보경, 루나(에프엑스) 외
문의 : 오픈리뷰 1588-5212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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