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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명동, 영원한 핫 플레이스
어린 시절을 보낸 지방 중소 도시의 한복판에는‘명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언제나 사람도, 가게도, 물건도 많고 거리마다 끊이지 않는 이야기와 소리들이 넘쳐났습니다. 언제나 ‘새로움’이 숨막히도록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늘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이면 행선지는 항상 같았습니다. “명동 가자!”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던 중학생들이 용돈의 가산탕진(?)에 줄줄이 넋을 잃고 올지언정, 그 당시의 명동나들이는 늘 배부름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해주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최첨단의 공간이었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서울의 명동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의 ‘명동’에 비교해 과장하면 한 스무 배 이상의 크기였습니다. 거미줄 같은 골목지도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함께 했던 다른 지역의 친구들도 모두 저마다의 명동을 떠올리며 놀라고 있었더랍니다. “명동이 너희 동네에도 있었어? 우리 동네에도 있었는데!” 하지만 모든 그 명동의 공통점은 어디든 잘나가는 청춘들이 점을 찍는 공간이었다는 것입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에서도 그런 명동을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현재. 명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선호는 늘 퇴근시간과 주말만 기다리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명동개발에 방해가 되는 오래된 다방을 철거하려는 계획에 끼어들게 되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1956년 명동의 로망스 다방으로 가게 됩니다.
로망스 다방에는 당대 잘나간다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화가 이중섭, 문학소녀 전혜린, 시인 박인환까지. 이들은 미래에서 왔다는 선호에게 호기심을 갖고, 선호는 우연히 선보인 라떼아트 덕분에 화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선호는 예술가들의 삶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꿈 없던 삶에 작은 파문이 이는 것을 느낍니다. 한편 예술가들을 감시해오던 경찰은 미래에서 왔다는 선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하지만 선호는 오히려 선동적인 말을 해 소동을 일어나는데... 선호는 과연 현재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까요. 1956년을 살았던 예술가들과 로망스 다방은 어떻게 될까요.
‘타임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풀어내고 있는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조민형 작가, 최슬기 작곡가의 손에서 만들어져 2013년 12월 충무아트홀의 창작콘텐츠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이후 김민정 연출의 지휘로 쇼케이스, 예그린앙코르 공연을 거치며 약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현재의 젊음이 과거의 젊음ㅡ 그것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존인물 화가 이중섭(1916-1956), 시인 박인환(1926-1956), 작가 전혜린(1934-1965)을 직접 만나 인생과 예술을 논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친근한 전개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현재의 청춘, 선호 역에는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에너지를 내뿜었던 배두훈 배우와 신예 고상호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과거의 청춘, 화가 이중섭 역에는 깊은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박호산, 김준원, 지현준 배우가, 시인 박인환 역은 배우 원종환과 윤석원이 맡아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배우 안유진과 조윤영은 짧지만 불꽃같은 생을 통해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여류작가 전혜린으로 분해 매력을 발산합니다. ‘로망스 다방’의 안주인인 성여인 역에 홍륜희와 박범정이, 선호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경찰 채홍익 역에는 김호섭과 정민이 캐스팅되어 약방의 감초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지금의 서울 명동에는 관광객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명동은 옛날의 청춘들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묘하고 아련한 공간입니다. 그것은 사람이 많고 가게가 많아서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며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던 많은 청춘들의 자취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입니다.바람좋고 낙엽지는 가을날, 명동의 로망스 다방으로 낭만을 찾아 산책을 가볼까 합니다.
INFO
일시 : 2015. 10. 20 (화) – 2016. 1. 3 (주일)
화-금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2시, 6시 (월 쉼)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러닝타임 : 100분
티켓 : 전석 5만 원
연출 : 김민정
대본 : 조민형
작곡 : 최슬기
출연 : 박호산, 김호섭, 김준원, 지현준, 안유진, 원종환, 홍륜희, 윤석원
정민, 박범정, 고상호, 배두훈, 조윤영
제작 : ㈜장인엔터테인먼트
문의 : 02-391-8223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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