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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신이 되려 했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 보통 ‘프랑켄슈타인’하면 못난 괴물을 떠올리지만, 원작소설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의 이름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접어두고서라도, <프랑켄슈타인>은 신을 넘어서고자 했던 인간의 어리석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괴생명을 창조한 과학자와 피조물인 괴물의 대결,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어울릴법한 소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동명의 영화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이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니, 모두가 반신반의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지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자신의 꿈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 앙리를 만나게 됩니다. 빅터의 신념에 감명받은 앙리는 그의 실험에 동참하지만 종전으로 연구실은 폐쇄되고, 빅터와 함께 식지않는 열정으로 계속 신체 접합술을 통한 생명창조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욕이 결국 끔찍한 사건을 야기하고, 빅터는 급기야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게 되지요. 앙리의 몸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 것은 사랑하는 친구가 아닌 괴물이었으니까요. 놀란 빅터는 그에게 총구를 겨누고, 괴물은 자신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위협에 도망쳐 ‘인간 세상’을 겪게 됩니다. 지독히도 인간이 되고 싶었던 괴물은 인간들에게서 잔혹함, 배신감, 증오와 분노를 배우고, 그 끝에 자신을 창조한 빅터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교만한 창조주여,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
무대 안에 이런 시・공간이 무지막지하게 스펙타클한 복수극을 넣는다? 모두의 호기심과 우려를 뒤로하고, 실제로 무대 위에 펼쳐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창작초연으로는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무사히 대극장 뮤지컬의 신화로 안착했습니다. 영화를 방불케하는 빠른 전개와 화려한 무대, 배우들의 몰입된 연기와 감정의 파고가 높은 음악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난 후의 관객들의 반응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다수였습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하나같이 강한 연출, 음악과 안무에 아무래도 심장이 놀란 탓이겠지요. 2막에서는 좀 더 이야기의 결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 상당히 긴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너무나 강하게 펼쳐지는’ 단점은 재연 삼연을 거쳐 조절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허나 이번 초연에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듣고 보는 재미를 선사한 것은 확실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이번에 보여준 가능성은 다음 공연을 충분히 기대하게 만듭니다.
열정이 과해서 결국 화를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사나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이라는 선이 굵은 주역들이 나섰습니다. 모두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굵직한 연기선과 좋은 캐릭터가 만나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낸듯합니다. 여기에 박은태, 한지상은 최대 절친 ‘앙리’와 최대 적수 ‘괴물’역의 1인 2역을 맡아 빅터와 양날의 각을 날카롭게 세웁니다. 연기와 가창력을 겸비한 여자 배우들리사, 안시하, 서지영, 안유진도 극의 중간 중간에 간간히 화려한 방점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그 안에 내재된 다양한 품성 중 ‘창조성’을 귀한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작은 세계관을 창조하고, 그것으로 기뻐할 줄 압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영역, 그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격하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늘 파괴적인 결론에 이릅니다.
한순간에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 오늘날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어리석은 창조자의 이름을 괴물의 이름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생각할 거리가 많고 강렬한 창작뮤지컬을 보고난 후에는 늘 많은 단상을 괴물처럼 맞닥뜨리게 됩니다.
INFO
일시 : 2014년 3월 18일(화) - 2014년 5월 11일(주일) 화-금 8시 / 수 3시, 8시 / 토 3시, 7시 30분 / 주일 2시, 6시 30분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 연출 : 왕용범 작곡 : 이성준 안무 : 서병구 티켓 : VIP석 130,000원 / R석 110,000원 / S석 80,000원 / A석 60,000원 관람 : 만 13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7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제작 : 충무아트홀 문의 : ㈜랑 1666-8662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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