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성경2.0 신약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습니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기에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맛집이든, 물건이든 말입니다.

“5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신약 편의 첫 권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p.4

책을 만든 이는 이렇게 말하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을 내놓은 지 5년 6개월 만에 신약 편이 나왔다고 말입니다. 그 말은 책을 보기 위해서 독자들은 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오랜 기다림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가 오랜 기다림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교회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믿음은 성경을 알고 그것을 행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글로 되어 있다고 해도 환경과 문화 그리고 지명 등 생소한 용어는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글을 읽기는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본래 의도하는 바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성경은 히브리어를 헬라어, 라틴어로 번역했습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만 라틴어 성경을 읽다가 종교개혁 때 비로소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경의 의미를 파악하고 읽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성경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쉽게 성경의 모든 것을 담자.” p.4

제작자의 말은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책에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경 각 권의 맨 앞에서는 각 권의 개요를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시대적인 상황이 어떠하며, 기록한 사람은 누구인지,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본문 가운데 생소한 단어와 지명은 ‘Tip’이라는 공간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경을 읽어 가는데 막히는 부분을 바로 해결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요와 ‘Tip’은 두꺼운 주석을 한참 동안 뒤적여야만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독자의 수고를 대신하여 핵심적인 내용만 모아 놓았기에 시간을 절약하고 집중하여 읽고 그 뜻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Link’라는 부분은 관련된 성경의 사건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이 어디였더라?” 하면서 성경을 일일이 뒤적거리지 않아도 관련된 사건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동 경로를 지도로 표기하고 있고, 복잡한 것은 표를 만들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지만 많은 이들이 읽기 힘들어하는 족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트리 형태’로 얼굴과 이름을 기록하고 있어서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요, Tip, Link, 지도, 도표, 족보 등 다양한 장치는 독자에게 엄청난 지식을 전달합니다. 『성경2.0』을 차분하게 읽어내려다 보면 어느새 성경의 큰 틀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성경의 지식을 짧은 시간에 얻는 마치 ‘치트키’를 사용한 것 같을 것입니다.
“제작 환경, 만화라는 특성, 지면의 한계, 텍스트의 구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신약 편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p.4

『성경2.0』 구약 편을 보면 누구나 엄청난 작업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제작자의 눈에는 아쉬운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보완하고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힘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