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준 계란찜을 먹을 때면 자주 했던 투정이 있습니다. 친구네 집을 놀러 갔을 때 먹었던 맛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친구네 계란찜은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뽀송뽀송한데, 우리 집 계란찜은 왜 맹탕이야.” 어머니는 아무 말 없으셨지만, 지금 생각하니 달걀 한 개로 여섯 식구가 먹을 계란찜을 만들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느 고아원에서 자란 맹인 소녀가 20년 만에 생모를 만났습니다. 소녀는 울부짖었습니다. “어떻게 앞 못 보는 딸을 낳자마자 버릴 수 있어요.” 어머니는 더듬거리며 다가와 울먹였습니다. “미안하다, 딸아! 나도 맹인이었기에 널 키우는 것이 불가능했단다.”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오해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오해가 풀리기까지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모든 것을 견디어주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동네 입구에 2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가 서 있더군요. 넓은 치마폭 같은 잎새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더군요.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있어 그 자리에 오래오래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누가복음 15장 20절).”.
이창훈 목사 (목양침례교회,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