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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셔터는 정신이 누른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5-30 (금) 10:50 조회 : 207
찰칵, 생각을 드러내는 순간



“찰칵”

오래전,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아이를 찍던 때가 생각납니다. 카메라의 뚜껑을 열고 조심스럽게 필름을 넣은 후 감도를 조절합니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춘 후 숨을 죽이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는 모습에서부터 찡그리고 우는 모습, 활짝 웃는 모습까지 바라봅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에 셔터를 누릅니다. 사진은 어쩌면 ‘기다림’과 ‘관찰’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낸 절묘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순간입니다.



“타인이 누구인지 사진으로 담고 싶다면 그의 행동을 붙잡아야 한다. 그의 표정, 태도, 제스처, 뒷모습과 옆모습, 그의 손, 그의 눈빛. 설령 같은 사람의 행동이라도 빛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p.90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지만, 사진가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한다.” p.91



『셔터는 정신이 누른다』는 사진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진을 이야기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말하지만, 그것을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며, 인식하고 해석하도록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사진가의 기능적인 면보다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사진가의 생각과 마음 곧 ‘정신’을 강조하며 이야기합니다. 사진작가이자 철학자인 저자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며 읽는 이들이 그 생각의 자리에 동참하도록 손 내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자신의 정신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머나먼 여정에 오른 모든 이에게 괜찮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p.10



저자 ‘김남호’ 교수는 내면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내고, 그것을 사진과 글로 써 내려갔습니다. 사진의 여정에 오른 이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는 바람 때문인지 진솔한 그의 생각을 읽고 있으면 내 생각 어딘가에 묵혀두었던 ‘사색’이 꿈틀거립니다.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를 툭툭 털어 내고 걷어 내며 내면 깊은 곳으로 생각의 끈을 이끌고 가는 듯합니다.



사색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사색은 우리의 삶과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사진에 관한 생각과 촬영을 통해 경험한 일들 그리고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간결한 문장으로 읽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그렇구나’ 하는 ‘발견’과 ‘그렇지’ 하는 ‘공감’ 그리고 ‘나라면’으로 시작하여 끊이지 않는 ‘생각의 확장’이 한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은 시선이 만든 구도와 흑백의 묵직함은 컬러사진의 선명함과는 다른 깊고 진한 사색을 맛보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끼는 재미가 어느새 사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사고의 틀을 넓히는 배움으로, 더 나아가 잠재된 예술가의 본능을 깨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쉽게 찍고, 일상을 마음껏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기록이라는 결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생각이라는 과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관찰하고 생각하는 시간보다는 기능적인 면만 바라보다가 기록이 갖는 이야기 곧 삶의 이야기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더 나아가 인간에게만 주어진 사색이라는 큰 선물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햇살 좋은 날, 한 장의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이야기와 생각을 담아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어느새 필름 한 롤 꺼내고, 카메라를 만져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올해는 찍고 싶은 사진을 좀 더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셔터에 마음을 담아서 아니 마음이 드러나도록 셔터를 누를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김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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