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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들이 만드는 생생(生生)한 작품
“두 남자가 쓴 역사상 가장 위대‘할’ 뮤지컬”
무명의 뮤지컬 극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는 오늘도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천재라 부르며 브로드웨이 데뷔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럴만한 돈도 작품을 제작해 줄 프로듀서도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 뮤지컬 ‘구텐버그’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줄 프로듀서를 찾기 위해, 직접 배우가 되어 노래하고 연기하는 리딩(Reading) 공연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몸을 사리지 않으며 열연을 펼치는 두 창작자. 이들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꿈꿔오던 멋진 무대에 자신들의 작품을 올릴 수 있을까요?
뮤지컬 <구텐버그>는 ‘구텐버그’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아직 제대로 관객과 만나지 못해 미생(未生)이라고 볼 수 있는 두 창작자의 고군분투기입니다. 극중극 형태로 극의 바깥은 작품을 창작하는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가, 안에서는 이들이 만든 ‘구텐버그’라는 작품이 펼쳐집니다.
이 이야기는 중세 독일의 작은 마을 슐리머. 포도즙을 짜던 평범한 남자 구텐버그가 인쇄기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히스토리컬 픽션입니다. 그를 사랑하는 헬베티카와 그녀를 이용해 인쇄기를 없애려는 사악한 수도사가 등장하고, 구텐버그는 그의 방해를 떨쳐내고 인쇄기를 지켜내야만 합니다.
극중극이라는 독특한 구성과 더불어, 2인 20역을 거뜬히 해내는 재기발랄한 두 배우의 연기, 한 대의 피아노 연주자와 함께 최소화된 세트, 아이디어가 빛나는 소품 등의 운용은 이 작품만이 가진 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관객의 상상력이 덧대어져 완성되니, 공연 예술 만의 마법이 집약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05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워크숍 형태로 첫선을 보인 뒤 2006년 같은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뮤지컬 대본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공연되어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토니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리바이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뮤지컬 리바이벌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초연, 2014년과 2016년에 연이어 공연되며 ‘재기발랄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2023년에 이어 올해 2025년, 다섯 번째 시즌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연출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표상아 연출과 김보영 음악감독 콤비가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여기에 개성 있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는 김가의 안무가가 새롭게 합류해 신선한 활력을 더합니다. 진실하고 순수한 성격의 열정 많은 뮤지컬 작가 ‘더그’ 역에는 다양한 작품에서 매력을 뽐내온 조풍래와 장지후, 최민우 배우가 함께하며, 더그의 단짝이자 자칭 천재 작곡가 ‘버드’ 역에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 온 박영수, 기세중, 선한국 배우가 캐스팅되어 객석에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전합니다.
꿈과 열정 -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지만, 꿈꾸는 삶은 항상 녹록지 않습니다. 인쇄기를 지켜내려는 구텐버그도, 자신들의 작품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려는 더그와 버드도 쉽지 않은 역경과 난관에 부딪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는 늘 아름다운 의미를 남기고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결국엔 찡함을 남기는 뮤지컬 <구텐버그>.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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