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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앉아 현재를 듣는다
손해 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지출한 비용보다 더 많은 유익을 얻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애쓰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한권의 비용으로 저자가 오랜 시간 경험하고 깨달은 풍성한 지식과 생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저자의 수준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누군가는 저자의 이야기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어령의 강의』는 마치 보물을 찾은 느낌, 횡재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저자 故 이어령 교수는 신문 논설을 비롯하여 시와 소설, 에세이 등 문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고, 오랜 시간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국립국어연구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하였고, 이후에는 광복5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새천년준비위원장, 디자인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여러 기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문화와 예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입니다.
『이어령의 강의』는 수많은 경험과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서울대학교와 한국선진화포럼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세상살이의 초입에 서 있는 젊은 후배들을 향하여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저자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기 전, 오래전에 했던 강의인데 과연 배울 만한 것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가 쌓이고, 1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현재는 일반화되어 가는 세상,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이야기, 현실과는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십 년도 지난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대를 꿰뚫는 통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물을 바라보고, 세상을 향하는 시선이 남다르다는 걸 느끼는 한편 입체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의 생각을 넓게 하고, 스스로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과거 그와 함께 강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현재를 만들어 가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강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내용은 무척이나 읽기 쉽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표현보다는 쉽게 접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그동안 잊고 있던 상상력, 굳어 버린 생각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생각과 함께 새로운 생각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한 걸음씩 인도합니다. 또한 저자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우리가 있는 자리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엔 생각의 전환과 함께 삶의 방향마저도 전환할 수 있는 진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꼰대’라는 단어가 만연한 요즘이지만, 『이어령의 강의』를 통해 시대를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기 위해 애썼던 그 모습이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발견을 통해 삶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끝으로 저자의 이야기로 한 권의 책, 『이어령의 강의』 소개를 마치려 합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은 일흔 살 넘은 사람을 보수 꼴통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이제 76세인데 … 나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 이런 사람들이 뭔가 열정을 가지고 말한다면, 적어도 그건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손자, 미래에 태어나는 세대를 위해 뭔가를 남기고 싶은 거예요.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 죽으면 사라지는 지식이 사회를 위해 잘 쓰이게 하기 위해 여러분에게 전해주는 것이니, 이런 절박한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p.121-122
김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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